[편집자 주 = 우리 말과 글은 우리의 문화와 삶이 녹아 있어 아끼고 가꿔야 하는 대상입니다. 국어문화는 곧 국력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문체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의 외국 문자 사용과 외국어 표현을 지양하고 공공언어를 개선하는 콘텐츠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콘텐츠는 쉬운 우리말 쓰기에 대한 언어 사용 문화를 확산하고자 제작했으며 총 11회에 걸쳐 송고됩니다.]
요즘 방송과 미디어를 접하다 보면 어느 나라 말인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다. 쏟아지는 낯선 외래어에 방송 뉴스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 김미형, 이하 국어문화원)는 지난 1월부터 정부와 지자체 보도자료와 신문·방송 등 언론 미디어 종사자들이 사용하는 외국 문자 사용과 외국어 표현을 조사해 매월 발표해왔다.
지난 1~8월 기준으로 정부 및 지자체 보도자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외국 문자는 ‘AI(429회)’였으며 외국어 표현은 ‘데이터(1천98회)’였다.
이 기간 신문·방송이 가장 많이 쓴 외국 문자는 9천145회 사용한 ‘美’였으며 외국어 표현은 ‘콜센터’로 2천189회 사용했다.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공공언어란 정부와 지자체,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를 뜻한다”며 “외국어가 많이 들어있어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바른 언어의 대명사, 아나운서가 바라보는 쉬운 우리말 쓰기
전 MBN 앵커이자 한국아나운서아카데미 원장인 오도훈(45) 씨는 “아나운서로 우리말을 사용해야 하고 외래어보다는 우리말을 더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대를 살면서 영어나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때가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앵커에 따르면 방송 언어는 최대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글을 써야 해서 아나운서들은 대부분 방송이 끝날 때 ‘감사합니다’ 보다는 ‘고맙습니다’를 더 많이 쓴다고 한다. ‘감사(感謝)’는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급변하며 낯선 용어가 쏟아지다 보니 이에 대한 세대 간 이해도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어 표현에서 세대 간 이해도의 격차가 켰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종로 3가 일대에서 길거리 면접을 진행했는데 ‘QR코드’의 경우, 70세 이상 중 이해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쉬운 언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코로나19, 국적불명 외국어 표현 급증의 한 요인
최근엔 특히 코로나19 관련 낯선 용어가 많다. 국어문화원이 꼽은 코로나19 관련 용어 중 대체가 필요하면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들은 ‘드라이브 스루(승차 진료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코호트 격리(동일 집단 격리)’, ‘비말(침방울)’, ‘의사환자(의심 환자)’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신조어들도 있는데 쉬운 우리말 대체어가 있으면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은 “말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한다. 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대게는 조그마한 집단에서 시작한다”며 “젊은 세대에 쓰는 말을 연세 드신 분들이 이해를 못 하고 의사 단절이 되는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 글 생활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우리말에 외래어 사용이 늘다 보니 70세 이상 세대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는 것 역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헤아려야 할 일이다.
우리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므로 소통이 잘되도록 하는 도구다. 모든 연령대가 쉽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개체인 ‘한글’이 잘 쓰일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사랑하고 잘 가꿔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