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0일 아침 서울 출근길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월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이날부터는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 평소처럼 마스크를 쓴 채로 출근길에 나섰다.
그래도 마스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을 지나는 지하철에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날 오전 5시40분께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중앙보훈병원행 열차를 기다리는 12명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였다. 역 안에서는 코와 입 아래로 마스크를 내린 ‘턱스크’였다가 지하철이 들어오자 부랴부랴 코끝까지 마스크를 당겨쓰는 승객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2호선 신도림역과 1호선 서울역·종각역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신도림역에서 대림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한시간 동안 ‘노마스크’ 승객은 3명뿐이었다.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던 금형철(30)씨는 “벗어도 된다는 걸 알지만 습관적으로 쓰고 나왔다”며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이 벗을 것 같은데 그때쯤 되면 나도 벗을 것 같다. 아직은 쓴다”고 말했다.
도봉산 방면 1호선 열차 안에서 만난 정숙진(64)씨 역시 “남들이 다 쓰고 있어서 벗기가 좀 그렇다”며 “남들 벗으면 그때 가서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께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탄 대화 방면 열차의 첫번째 객차에 탄 승객 23명중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1명 뿐이었다. 두번째 객차는 31명중 2명, 세번째 객차는 승객 34명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였다.
KTX나 버스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드물었다.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객실 안 승객 18명도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고, 강릉행 KTX 객실에서는 24명 중 1명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오전 6시10분께 종로3가 정거장에서 개포동 방향으로 가는 143번 버스에 올라타니 승객 20명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이 버스는 약 15분 동안 7개 정거장을 통과해 승객 14명이 탑승했지만 전부 마스크를 쓴 채였다.
유일한 노마스크 승객인 권모(30)씨는 아예 마스크를 들고나오지 않았다며 “실내에서도 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대중교통에서만 쓰게 한 건 애초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하고 지하철 이용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한다는 소식에 가볍게 집에서 나왔다는 일부 시민들도 ‘눈치가 보인다’며 다시 착용을 고민하기도 했다.
고준규(62)씨는 “오늘 규제 완화 첫날이라고 해서 마스크 안 쓰고 나왔는데 주변을 보니 나 빼고 다 써서 민망하다”며 “당분간 계속 쓰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는 드디어 규제가 풀렸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박동환(21)씨는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고 여드름이 나서 불만이었다”며 “이제 자율화됐으니 벗고 다닐 수 있어 좋다. 다른 사람 눈치 볼 일도 없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 구로로 출근 중이던 임휘성(31)씨 역시 “정부 지침도 바뀌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눈치 같은) 그런 걸 못 느낀다며 “아마 날씨 더워지면 다들 벗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날 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대기가 매우 좋지 않은 탓에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가 무색해지기도 했다.
이날 마스크를 쓴 채 버스에 탑승한 김순덕(70)씨는 “면역력이 약해 대중교통 안에선 계속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며 “안전 때문에 내 동년배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황모(78)씨 역시 “오늘부터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건 알지만, 미세먼지가 많아서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해제에도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는 열차 내 마스크 착용을 알리는 안내문이 여전히 붙어있었다. 이날 6시45분께 신도림역과 서울역에서는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태그할 때 “열차 내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마스크 착용 해제 엇갈린 반응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을 지나는 지하철에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앉아 있다. 옆 시민은 마스크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