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카메라 앞에서 입을 열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새벽 영장심사 후 곧바로 구속 수감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육성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막바지 건강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지지자들을 맞이했다.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공동취재]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와 비슷한 형태로 단정히 빗어 올린 헤어스타일에, 옅은 화장도 한 모습이었다. 베이지색 마스크 위로 얼굴은 절반만 보였지만, 환한 표정이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입고 나온 남색 코트는 5년 전 감옥에 들어가며 입었던 것과 같은 옷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사전투표소 때도 같은 코트를 입었던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여기에 코트와 비슷한 남색 정장 바지에, 5∼6㎝ 높이로 보이는 검은색 정장 구두와 검은색 가방까지 모두 갖춘 차림으로 단정한 외관을 보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32분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3번 출입구를 통해 걸어 나왔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해 10여 명 안팎의 수행원과 경호 인력이 뒤를 따랐다.
차분한 걸음걸이로 취재진 앞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많이 회복됐다”고 답한 뒤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취재진과 눈을 맞추기도 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공동취재]
박 전 대통령은 약 1분가량 짧은 인사말을 마치고 곧장 도로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으로 이동했다. 앞으로 계획 등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입구 우측에 도열해있던 정치권 인사들과 따로 인사를 하거나 눈길을 주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퇴원 현장에는 옛 친박(친 박근혜)계 정치권 인사들이 집결했다.
앞서 출소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부총리, 조윤선 전 정무특보를 비롯해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김재원 민경욱 백승주 신동철 유기준 유정복 윤병세 이정현 한민구 함진규 허태열 등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 요직을 맡았던 핵심 인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현직 의원 중에는 국민의힘 윤상현 박대출 윤주경 의원이 눈에 띄었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전 의원도 참석을 준비했으나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되면서 측근들이 대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지자 200명이 이른 아침부터 병원 출구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퇴원을 기다렸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박근혜’ ‘대통령님’을 연호했고, 정계 인사들은 이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박수를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를 타고 떠난 뒤로 일부 지지자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윤석열은 내란범죄자” “배신자, 쓰레기들은 다 모였어” 등 일부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큰 물리적 충돌이나 소란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 맞이하는 지지자들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지지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