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9월 소련제 미그 15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노금석(盧今錫, 미국명 케네스 로<Kenneth H. Rowe>) 전 북한 공군 상위(대위)가 지난달 26일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최근 관련 서적을 펴낸 출판사 마르코폴로가 6일 전했다. 향년 90세.
현지 매체 ‘데이토나비치 뉴스 저널’도 4일 노씨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마르코폴로 제공]
1932년 1월10일 함남 신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8월 북한 해군군관학교에 입학, 1950년 10월 만주에서 비행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노금석은 19세의 나이에 한국전쟁에 참전한-진영을 불문하고-가장 어린 제트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매우 우수한 기체이던 소련제 미그 15 전투기로 100회 이상 출격했다.”(‘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2022, 마르코폴로> 23쪽)
당시 미국은 공산측 최신예 전투기인 소련제 미그 15기를 피해서 야간에 폭격을 해야 했다. 미 극동사령부는 이 기체를 가지고 귀순하는 최초의 조종사에게 포상금 10만 달러(오늘날 물가로는 약 90만 달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마르코폴로 제공]
고인은 1953년 9월21일 오전 9시7분에 훈련을 핑계로 평양 순안비행장을 이륙한 뒤 김포비행장으로 기수를 돌렸고, 17분만인 오전 9시24분 착륙했다. 고인의 어머니(고 베로니카)가 먼저 월남한 상태였다.
1954년 5월 미국으로 건너갔고, 델라웨어주립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 듀폰·웨스팅하우스 등에서 일했고, 2000년 퇴직 전까지 데이토나비치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전퇴역군인협회 센트럴 플로리다 지부에 가입해 활동했다.
고인이 몰고 온 미그 15기는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있는 미 공군 박물관에 전시돼있다.
1996년 동료 교수 로저 오스터홈과 공동으로 자신의 인생역정을 담은 ‘A MIG-15 To Freedom’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지난해 미국 작가 겸 언론인 블레인 하든이 쓴 ‘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1953년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노금석 스토리’가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유족은 1960년에 결혼한 한국계 클라라 로 여사와 사이에 두 자녀(보니 로, 레이먼드 로)가 있다.
[마르코폴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