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장에 뛰어든 미국의 마스크업체 20여곳이 다시 시작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규제 완화에 따른 수요 급감의 영향도 있지만, 이보다 올해 초부터 중국산 저가 개인보호장구 수입이 재개된 것이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소 3개 기업이 최근 들어 마스크와 의료용 가운 생산을 중단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생산량을 현저히 줄였다.
지난해 창설된 미 마스크제조업협회는 27개 회원사가 이미 인력의 50%를 줄였다며, 워싱턴 정가의 조직적 대응이 없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두 달 내로 완전히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지니아주에서 1년 전 창업한 마스크 제조사 프리미엄PPE는 직원 280명울 대부분 일시해고했다. 이 회사 공동 소유주인 브렌트 딜리는 NYT에 “앞으로 6개월 뒤 우리 중 다수가 사라질 것”이라며 “미국에 다음번 보건위기가 닥치면 좋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산 마스크의 10분의 1에 불과한 낮은 가격으로 덤핑 공세를 벌이는 것으로 마스크 업계와 미 의회는 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제 수술용 마스크 수입 가격이 장당 최저 1센트까지 내려갔다. 미국산 동종 제품은 장당 10∼15센트에 팔린다.
미국의 한 마스크 제조 공장
[아메리칸 서지컬마스크 회사 홈페이지 캡처]
플로리다주 의료용품 제조사 뎀테크의 루이스 아르게요 부사장은 “전면적인 경제 전쟁”이라면서 “중국은 이 업계에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만드는 작전에 착수했고 현재까지 그들이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달 1천500명을 일시해고했고, 향후 몇 주에 걸쳐 마스크 제조 인력 500명을 추가 해고할 방침이다.
마스크제조업협회는 상당수 중국산 개인보호장구 수입품이 제조원가 이하에 팔리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 무역 제소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와 의회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팀 매닝 백악관 코로나19 공급조정관은 연방기관들에 자국 제품 조달을 독려하는 한편, 미국산 의료용품들을 전략적 비축 물자로 확보하기 위해 몇 달 내로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회에서도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내 필수 의료장비 제조사들에 연간 5억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로이드 암브러스트 마스크제조업협회장은 “정부의 무기한 지원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회가 문제를 바로잡기 전에 중국의 불공정한 압력이 갓 태어난 우리 업계를 죽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