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도살되는 수평아리가 매년 60억 마리에 달하는 가운데, 수평아리 도살을 막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헷앙커 양계장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지는 달걀들에 기계가 미세한 바늘을 찔렀다가 빼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기계는 달걀의 성분 미량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장치로, 바늘에 의해 뚫린 달걀 껍데기의 작은 구멍은 생체 친화적 성분의 본드로 바로 메꿔진다.
이 ‘병아리 감별기계’로 인해 이 부화장에서는 일주일에 달걀 4만개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게 돼 세상에 태어난 수평아리들을 모두 도살할 필요도 없게 됐다.
헷앙커 양계장은 네덜란드 정부가 수평아리 대량도살의 대안을 찾아보라고 해서 수소문한 끝에 이 기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병아리감별기계의 정확성이 완벽하지는 않다. 기계가 잘못 판단해 폐기해야 하는 달걀까지 합치면 전과 같은 규모의 암평아리를 부화시키는 데 30~40%의 달걀이 더 들어간다고 한다.
이 양계장에 자사가 개발한 병아리 감별 기계를 처음으로 납품한 네덜란드 기업 인노보는 테스트 중인 신 버전 기계의 병아리 암수 감별 능력은 기존 버전의 5배라고 밝혔다.
미국의 미네소타대학과 캘리포니아의 바이오기업 센싯(SensIT)은 달걀에서 나오는 가스의 미세한 성분 차이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고, 이스라엘의 한 스타트업은 특정 파장의 빛에 달걀이 노출됐을 때 수평아리 배아가 형광색을 발산하도록 유전자 편집을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형마트 카르푸에 닭고기를 납품하는 양계장들은 달걀 아랫부분에 조명을 비춰서 깃털 색깔로 암수 구별을 한다. 이 감별법은 갈색 깃털을 가진 암탉의 알에만 유효한 것이 단점이다.
이처럼 학계와 업계가 병아리감별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동물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잇따라 수평아리의 대량 도살을 막는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은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식별해 대량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통과시켰다.
수평아리는 자라도 달걀을 낳지 못하는 데다 살도 많이 찌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기계칼로 썰리거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질식사시키는 방법으로 도살된다. 매년 세계에서 60억 마리 이상의 수평아리들이 도살된다고 한다.
미국의 국책연구기관인 식품농업연구재단(FFAR)은 수평아리 대량 도살을 막기 위한 기술 개발에 보조금을 주는 한편, 2019년에는 관련 연구에 시상하는 ‘에그테크’상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재단의 티머시 커트 과학프로그램 국장은 병아리 감별에는 농업에서 흔히 보지 못하는 매우 진보된 기술이 쓰인다면서 “우주개발 경쟁처럼” 병아리 감별기술 개발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잔인한 방식으로 도살되는 수평아리들[위키피디아 캐처공, DB 및 재판매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