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락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을 태운 피란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왔다고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간인을 태운 피란 버스 4대가 전날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마리우폴을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최후 결전’ 앞두고 피란 가는 마리우폴 주민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피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마리우폴에 남은 우크라이나 해병대와 아조우 연대가 결사 항전 태세를 보이자 항복을 종용하며 최후통첩을 날린 러시아군은 총공세를 준비 중이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안전 상황이 어렵고 모든 것이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측과 마리우폴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 설치와 관련한 사전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전날 민간인 대피를 위해 버스 90대가 마리우폴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 90대는 약 6천 명을 대피시킬 수 있는 규모다.
피란민을 태우고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버스 4대를 제외한 나머지 버스는 마리우폴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첸코 시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전날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피란 버스 4대에는 민간인 80여명이 타고 있다”며 “현재는 자포리자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피란민 200여명이 마리우폴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머지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오늘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안타깝게도 많은 주민이 피란길에 목숨을 위협받을 것으로 생각해 탈출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달 13일 첫 대피가 가능해진 이후 10만 명 이상이 마리우폴을 떠났지만 여전히 약 10만명이 마리우폴에 남아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인도주의적 위기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거론된다.
마리우폴의 대부분 지역을 러시아군이 장악해 정확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적어도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곳을 방어하는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 해병대는 50일 넘게 결사 항전을 펼쳐왔으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돼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에 약 2천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을 총공격하는 대신 포위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부서진 탱크 옆 지나가는 마리우폴 주민들
(마리우폴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주민들이 19일 자전거에 짐을 챙겨 실은 채 파괴된 탱크 옆으로 지나고 있다. 러시아군과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군이 마리우폴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상황에서 아조우 연대를 주축으로 한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를 거점 삼아 결사 항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