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17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입국심사대에 서 있는 나발니. 그는 이날 독일서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독극물 공격에서 살아남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17일 독일서 러시아로 돌아왔다.
독극물 공격을 받고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지 약 5개월 만이다.
그러나 나발니는 예상대로 이날 공항 도착 직후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 요원들에 체포됐다.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저녁 8시 10분께 러시아 항공사 ‘포베다'(승리)의 베를린-모스크바 노선 항공편을 이용해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부인 율리야가 동행했다.
나발니가 탄 여객기는 당초 모스크바 남쪽 외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착륙 얼마 전 전격적으로 항로를 바꿔 북쪽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내렸다.
브누코보 공항 활주로는 이날 제설차 고장으로 잠정 폐쇄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나발니는 셰레메티예보 공항 도착 후 입국심사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고 그의 변호사가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연방형집행국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형집행국 모스크바 지부 요원들이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수배 대상이 된 나발니를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귀국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나는 두렵지 않다.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 대한 형사 사건은 조작된 것임을 안다”고 저항을 다짐했다.
(타스=연합뉴스) 17일 나발니가 도착할 예정이던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공항에 모인 그의 지지자들과 이들을 제어하는 현지 경찰.
이에 앞서 러시아 경찰은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브누코보 공항으로 영접 나온 그의 측근들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동진압부대 ‘오몬’ 요원 등은 공항 대합실에 모인 수백 명의 나발니 지지자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한편 저항하는 일부를 체포했다.
러시아 정부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시 비행기는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그는 옴스크 병원에 머물다가 사흘 후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18일 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는 퇴원해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왔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근거 부족을 이유로 나발니 중독 사건에 관한 공식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실과 자국 정보기관이 연루됐다는 나발니 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병원에서 나온 뒤 시내 벤치에 앉아있는 나발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